이성시, 박경희 옮김, <만들어진 고대>, 삼인.


여름학기에 들었던 한국사 과목의 기말레포트로 서평을 쓰게 되었다. 6개의 책을 주고 하나를 고르라 했으니,

1. 허수열, <<개발없는 개발>>
2. 임지현, <<민족주의는 반역이다>>
3. 이성시, <<만들어진 고대>>
4. 브루스 커밍스, <<한국전쟁의 기원>>
5. 브루스 커밍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
6. 오구마 에이지, <<일본 단일민족신화의 기원>>

이다. 그 중에서 고른 책. 책은 총 4부로 되어 있는데, 1,2부에서는 한국의 고대사와 현재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고대에 대해서 다루고 있고, 3,4부에서는 문화권과 고대사의 관계와 근대 국가 형성 인식으로써의 고대사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역사'에 관한 논서이다. 저자는 우리가 보고 있는 역사는 역사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의 관점에서 현재의 상황을 투영시켜 본 것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임나일본부설', '동북공정' 등에서 다루게 되는 광개토대왕릉비와 같은 텍스트에서부터 발해사 연구의 중점 등에서 보이는 허점과 맹점을 날카롭게 파고 든다. 이것 외에도 '민족'의 개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현재 일본과 한국 외에는 쓰지 않는 '민족'과 '민족주의'라는 개념에 대해서 곱씹어보고, 그 바탕에는 무엇이 깔려 있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역사는 그 과거의 사실 분석과 반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현재에 와서는 정치와 권력의 도구로써 전용되어버린 듯한 모습이다. 그 중에서도 고대사는 '유구함'이라는 면을 강조하기에 좋고, 반증하는 사료 등이 적기 때문에 쉽게 왜곡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고대사를 어떤 관점에서 봐야 하는 것일까.

역사는 과거에 비추어 현재를 반추하게 하는 학문이다.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 경우, 바로잡는 학문이 바로 역사이며 그것이 역사의 역할이다. 그러나 현재의 역사 연구는 국가의 우월성 다툼, '민족'이라는 그릇된 틀을 확고히 하는 것에 불과하다. 아직도 한국은 '만들어진 전통' 위에서 기술되고 있다. 여기에 저자는 본문을 통해 역사를 대하는 태도에 해답을 던진다. 동아시아의 고대 역사가 동아시아 근대 국민 국가들에 의해 각자의 전통으로 변용된 것을 지적하며, 텍스트 또한 고대의 텍스트가 국가 각국의 것으로 이용되는 현상을 파헤치고 있다. 이같은 '만들어진 고대'의 모습을 파헤치는 것은 역사가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주관이 들어있지 않은 순수성을 유지한 역사는 기록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고대사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쟁점에 관여한 각 국가들 서로가 관점을 이해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해석해야 할 것이다.

by 미리내 | 2007/08/21 00:35 | 책과, 책의, 책을 <감상> | 트랙백 | 핑백(3)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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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단해 보건데, 나는 그다지 효율적으로 책을 읽는 편이 아닌 것 같다. 어떻게 해야 내가 좀 더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책 읽기를 할 수 있을지 이래저래 고민하던 차에, 마침 '만들어진 고대'를 사러 강남 교보문고에 가면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이 책을 보게 되었다.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내가 독서하는 방식이 앞으로는 많이 바뀔 것 같다. 책을 고르는 법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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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처음 본 것은 미리내님의 블로그였고, 어렸을 적 역사를 꽤 좋아했고 요즘도 (아는 건 없지만) 관심을 갖고 있는지라 사삭 질러버렸다 -_-v 미리내님 감사해요 :$ 재일교포 n세(0 < n ... more

Linked at 世界はネオハピ! : 브루스 커.. at 2008/07/24 16:02

... 리나라'를 한 걸음 물러서서 보기 힘들었는데, 이 책 덕분에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아차, 책 중간중간 언뜻언뜻 비치는 저자의 한국 사랑이 무척 인상적이다. :D 이 책을 소개해주신 미리내님과 미리내님의 한국사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_ _) @ 그건 그렇고, 여기 가보니 "박명림의 박사학위논문으로 커밍스는 끝"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자세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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